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에세이에서 건져 올린 말들♡
요즘 마음이 좀 붕 떠 있었어요. 삶에 지치고, 공허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그럴 때 괜히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들여다 보다가 만난 책.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행복하다는 느낌...
읽다가 너무 좋아서, 아껴 읽고 싶어서... 밑줄 긋고, 사진 찍고, 눈물 찔끔하고. 그랬던 문장들 몇 개, 같이 나눠볼게요.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장소는 어김없이 우리의 기억을 붙들고 느닷없이 곁을 떠난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 앞에 번번이 데려다 놓는다.”
시간은 잊게 만들지만, 장소는 기억하게 한다는 말.
어떤 골목, 벤치, 햇살 한 조각이 오래된 사랑을 다시 불러오기도 하죠.
아무 일도 없던 동네 골목에서, 예전에 자주 걷던 어떤 사람 생각이 나면 울컥할때 있잖아요..
장소는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자주 흔들어 놓는 것 같아요.
"사는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같아"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수 있는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세상의 기준에 맞추느라, 타인 시선에 휘둘리느라 지쳤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어요. 이제는 정말 나다운 공간, 나다운 마음을 찾고 싶어요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까워하며 넘기는 새 책의 낱장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창밖의 풍경을 아껴 읽는다.”
하늘을 본 지가 언제였더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쁘게, 정신없이, 고개 숙이고 살아가느라
위로 시선을 올리는 것조차 잊고 지냈더라고요.
그냥 하늘을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 살아있구나, 이 순간이 참 고맙구나' 하는 그런 시간이 쌓이다보면 뭔가 거창하지 않아도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진짜 귀하고 소중하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지 않을까요?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몸을 통해 배운다.”
15년동안 저에게 사랑만 주고 구름다리를 건넌 반려견 '우리공주'가 생각나서 정말 펑펑 울었던 구절이예요.
‘지금 이 순간’을 진짜 살아내야겠다는 걸 매일 배우게 해주었던 아이. 사랑은 그렇게, 슬픔과 함께 자라나나봐요. 오늘따라 더 보고싶네요..
“오래된 것이 아름다운 건 시간을 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쌓인 것, 그 흔적이 남은 것, 그래서 아름다운 것.
사람도, 관계도, 공간도 그렇죠. 한순간 반짝이는 것보다 오래도록 품은 시간이 더 깊고 아름다워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것은 내 능력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걸 느낄때마다 나는 아룸다움은 어쩌면 삶이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슬픔은 정말 견디기 힘들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낙엽지는 길목에서 문득 그 슬픔을 품은 채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때가 있어요. 그게 어쩌면 삶,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희망은 더디게 피어나는 꽃이니까.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길러내는 일엔 언제나 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 말 덕분에 조급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어요.
괜찮아, 지금 이 기다림도 결국은 뭔가를 피워내기 위한 시간일 거야. 우리 다 같이 천천히 걸어요, 그 꽃을 피우는 날까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예쁘고, 슬프고, 참 진실되죠.
행복은 꼭 오래 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예요.
반짝였던 그 순간을 온 마음으로 기억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나이를 먹으며 얻게 되는
아주 특별한 선물일지도 몰라요.
찰나의 감정이라도
진심으로 느꼈던 그 순간은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을 거예요.
책장을 덮고도 마음이 오래 따뜻했던 책. 가끔은 이런 글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살게 하잖아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도둑눈처럼 반짝이는 행복이 찾아오길...
아주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 따뜻한 감정이, 조용히 마음속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 알라딘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아온 소설가 백수린의 에세이. 일상과 세계 사이에서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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